"아이 맡길 곳 없어 연차…휴원 연장이 더 무섭다"
2020.02.27. 11시22분 |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어린이집을 휴원하라고 할 땐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쉬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침이나 권고가 있었어야…"



전국 어린이집이 일제히 휴원을 한 27일, 직장인 이모(39ㆍ여)씨는 연차휴가를 쓰고도 좌불안석이었다. 어린이집이 이날부터 2주간 문을 닫으면서 앞으로 3살ㆍ5살 두 자녀의 돌봄이 막막해서다. 당장 이틀간은 휴가를 내고 버텨볼 요량이지만, 문제는 다음주부터다. 이씨는 "남은 연차 열흘 중에서 겨우 이틀 쉰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얼마나 눈치가 보이는지 아느냐"면서 "정부에서 돌봄 휴가를 권고하지 않으면 연차 내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보건당국이 급격히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 위해 내놓은 특단의 대책인 '전국 어린이집 휴원'이 첫날부터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이날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보육교사 전원이 긴급보육을 위해 출근했지만, 등원한 영유아는 극히 일부였다.



서울 영등포구 K어린이집의 경우 총 재원생은 68명이지만, 이날 오전 현재 3명만 나왔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이미 지난 25일과 26일 각각 18명, 8명만 등원하는 등 갈수록 원생이 줄었다. 하지만 긴급보육을 위해 어린이집 교사 전원이 출근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 어린이집 원장은 "긴급보육을 거절하면 고발당할 수 있어 공문대로 문을 다 잠근 상태로 어린이집을 운영중"이라며 "맞벌이 부모가 출근하느라 돌볼 사람이 없다며 아이들을 데려오는데 안 받을 수도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국공립어린이집도 휴원을 했지만, 긴급보육을 위해 보육교사 전원이 출근했다. 현재 방학 중인 유치원은 당초 개학 예정일이었던 2일 이후부터 긴급보육을 실시한다.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은 긴급보육도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공무원 김모(37ㆍ여)씨는 "유례 없는 전염병이 퍼지는 상황에서 어떤 엄마가 자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겠느냐"면서 "오늘은 내가, 내일은 남편이 연차를 쓰고, 주말에는 친정어머니가 오시기로 했지만 지금 가장 무서운 것은 어린이집 휴원 연장"이라고 말했다. 이모씨도 "긴급보육을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가 없다"며 "어린이집에 선생님과 아이 한두명만 나오다 보니 아이가 하루 다녀와서는 다음날 등원하기 싫다고 울고불고 전쟁이 난다"고 전했다.



정부는 전날 코로나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어린이집 휴원과 돌봄공백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이날부터 전국 어린이집 휴원을 권고했다. 다만 긴급보육 제도를 통해 불가피한 경우 아이를 여전히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도록 했다. 또 어린이집 휴원 기간 동안 부모가 직장에 다닐 경우 '가족돌봄 휴가 제도'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현재 가족돌봄 휴가는 무급인데다, 업무상 하루 전 연차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부지기수다.



연차마저 쓰지 못하는 부모들은 애가 탄다. 이날 직장어린이집에 5살 쌍둥이를 맡긴 정선희(38ㆍ 여)씨는 "전체 재원생 68명 중 달랑 우리 아이 둘만 등원했다"며 "두 명 때문에 출근해야 하는 선생님에겐 미안하지만 아이들과 재택근무를 하긴 어려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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